전체
'이불 밖은 위험해' 코로나19보다 덜 무서운 녀석들... 도전, 공포 영화!!! [미드소마], [더 보이], [닥터 슬립] 스크랩
2020.03.11 14:41:14
조회 68 스크랩 0 댓글 0

코로나19 때문에 주말에도 집 안에 갇혀 지낸지 벌써 한 달째이다,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주에는 평소에는 보지 않던 우리나라 저예산 독립 영화들을 보며 내 일상에 변화를 줬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좀 더 과격한 변화를 주기로 결심했다. 겁이 많아 공포 영화를 절대로 보지 못하는 내가 무려 공포 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물론 너무 무섭다고 소문난 귀신 나오는 공포 영화들은 리스트에서 제외했고, 최근에 개봉한 공포 영화 중에서 그나마 덜 무섭다는 영화들로 리스트를 짜봤다. 그 결과 환한 대낮에 벌어지는 공포의 축제 [미드소마], SF가 가미된 '슈퍼맨'의 변주 [더 보이], 비록 공포 영화의 고전 [샤이닝]은 무서워서 못 보지만 [샤이닝]보다는 덜 무섭다고 소문난 [닥터 슬립]까지... 이 영화들을 다 보고 나면 내 심장이 조금 더 튼튼해질까? 아니면 너덜너덜해질까?


미드소마

감독 : 아리 에스터

주연 : 플로렌스 퓨, 잭 레이너

사실 내가 느닷없이 공포 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이유는 모두 플로렌스 퓨 때문이다. [작은 아씨들], [레이디 맥베스]를 보고 나서 플로렌스 퓨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린 나는 그녀가 [미드소마]에 출연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고민에 빠졌다. 플로렌스 퓨의 매력적인 연기를 볼 수 있기에 [미드소마]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지만 하필 장르가 공포 영화이니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이 영화가 다른 공포 영화와는 달리 환한 대낮에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정보에 자신감을 가지고 일요일 저녁, 무려 2시간 27분짜리 [미드소마]에 도전했다. (네이버에 올라와 있는 러닝타임은 2시간 50분이던데, 그건 감독판인가 보다.)

[미드소마]는 조울증을 앓고 있는 동생 때문에 가족을 잃은 대니(플로렌스 퓨)가 남자 친구인 크리스티안(잭 레이너), 마크(윌 폴터), 조쉬(윌리엄 잭슨 하퍼)와 함께 펠레(빌헬름 브롬그렌)의 초대로 스웨덴의 외딴 마을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축제에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축제가 벌어지는 마을은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 마을은 육아는 물론 모든 것을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한다. 그리고 사람의 일생을 18년 주기로 4계절에 비유하는데, 1세에서부터 18세까지는 봄, 19세부터 36세까지는 여름, 37세부터 54세까지는 가을, 55세부터 72세까지는 겨울이다. 그렇다면 72세가 넘어가면 어떻게 될까? 그 대답은 영화가 시작된지 1시간 정도 지나면 두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다.

솔직히 앞서 언급한 영화가 시작된지 1시간까지는 [미드소마]가 공포 영화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위협적이지는 않고 오히려 순박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의 장면이 나오는데, 대니 일행이 그러하듯이 나 역시 넋 놓고 영화를 보다가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를 뻔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잔인하게 표현될 줄은 몰랐다.)

한번 폭풍우가 지난 이후 다시 영화는 평온을 되찾는다. 물론 더 이상 마을 사람들이 순박해 보이지는 않았고, 뭔가 비밀스러운 일을 꾸미고 있는 스산한 기운을 풍기기는 했지만 영화는 좀처럼 공포스러운 장면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다가 후반부, 영화가 끝나기 30분 전쯤 갑자기 모든 것이 휘몰아치듯이 들이닥친다. 친구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대니는 5월의 여왕이 되고, 크리스티안은 펠레 여동생의 구애를 받는다. 그러면서 이 은밀한 마을의 축제가 지니고 있는 비밀이 벗겨지며 아무것도 모르고 낯선 축제에 참여한 이들의 비참한 최후가 관객 앞에 펼쳐진다.

[미드소마]를 보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무섭다기보다는 끔찍하다이다. 지구촌에는 수많은 인종이 살고 있고, 그들은 전통이라는 이유로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그들의 전통은 기괴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다. [미드소마]는 그러한 것들을 극대화해서 관객으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두려워진다. 말 그대로 '이불 밖은 위험해'라고 외치는 영화인 셈이다.


더 보이

감독 : 데이비드 야로베스키

주연 : 잭슨 A. 던, 엘리자베스 뱅크스

[미드소마]가 현실적인 공포를 다루고 있다면 [더 보이]는 지극히 SF 적인 공포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슈퍼맨'을 180도로 비틀어 버리는데 '외계에서 온 특별한 힘을 지닌 소년이 선한 마음이 아닌 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이라고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결혼 후 간절히 아기를 원하는 토리(엘리자베스 뱅크스)와 카일(데이비드 덴맨)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운이 좋으면 임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잠자리를 가지려던 순간 하늘에서 그들의 농장에 무언가가 떨어진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어린 아기. 토리는 하늘이 준 선물이라며 기뻐한다. 그렇게 하늘에서 떨어진 아기는 브랜든(잭슨 A. 던)이라는 이름으로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12세 소년이 된다.

[더 보이]의 공포는 브랜든이 12세 생일을 맞이하면서 시작된다. 브랜든은 인간보다 막강한 자신의 힘을 깨닫고 그 힘을 이용해서 자신에게 위협이 될만한 사람들을 찾아가 죽인다. 처음엔 반 친구의 어머니, 그러다가 이모부와 자신의 정체를 눈치챈 아버지까지 죽이더니 결국 폭주하기 시작해서 어머니인 토리까지 죽음으로 내몬다. 이제 더 이상 브랜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영화 초반 학교에서 꿀벌과 말벌의 차이를 배우는 수업 중 브랜든이 육아 능력이 없어서 다른 벌의 둥지에 알을 까는 말벌의 이야기를 한다. 그 말벌은 다른 애벌레들을 잡아먹고 결국 둥지를 차지한다. 아마도 브랜든의 정체는 바로 그러한 말벌과도 같은 외계 종족일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다른 행성에서 육아기를 보내고, 성년이 되면 행성의 종족을 몰살한 후 행성을 차지하는 것. 아마 2편이 나온다면 브랜든의 악행은 점점 스케일이 커질 것이다. 물론 그러려면 제작비가 올라가서 저예산 공포 영화인 [더 보이]에겐 버겁겠지만...

[미드소마]와 마찬가지로 [더 보이]도 무섭다기보다는 끔찍하다. 브랜든은 굉장히 잔인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죽이는데, 예를 들어 반 친구의 어머니를 죽이는 장면에서는 유리 파편이 눈에 박히는 장면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준다. 그녀가 눈에 박힌 유리 파편을 뽑아내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웠던 장면이라 할만하다. 브랜든이 이모부인 노아를 죽이는 장면에서는 노아의 턱이 으스러지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더 보이]는 이렇게 끔찍한 장면들을 통해 영화의 공포를 극대화한다.

[더 보이]와 [미드소마]의 공통점은 또 있다. 바로 찝찝한 결말이다. [미드소마]에서 대니는 친구들의 죽음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상태였고, 영화는 그대로 끝을 낸다. [더 보이]에서도 토리는 브랜든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찾아내지만 결국 브랜든을 죽이는 것에는 실패한다. 엔딩 크레딧에서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막강한 존재가 된 브랜든이 인간 사회의 불가사의한 재난이 되는 장면을 보여주며 끝을 낸다. 두 영화 보다 악의 승리로 막을 내린 셈인데, 그런 찝찝한 결말이 요즘 공포 영화의 새로운 추세인지도... 그러한 찝찝함 덕분에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묘한 여운이 남긴 했다.


닥터 슬립

감독 : 마이크 플래너건

주연 : 이완 맥그리거, 레베카 퍼거슨, 카일리 커란

2018년 3월에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수많은 대중문화 콘텐츠가 곳곳에 숨어 있다. 그중 주인공인 웨이드(타이 쉐리던)가 이스터에그를 찾기 위해 [샤이닝]의 세계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겁이 많은 나는 이 장면이 너무 무서워서 영화를 보다가 비명을 지를 뻔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에서 비명은 분명 어울리지 않지만 그만큼 단 몇 분 등장에 불과한 [샤이닝]은 무서웠다.

[샤이닝]의 39년 만의 속 편인 [닥터 슬립]이 2019년 11월에 개봉했다. 영화의 내용은 '샤이닝'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사냥하며 영생을 얻은 '트루 낫'이라는 비밀 조직에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대니 토렌스(이완 맥그리거)와 강력한 '샤이닝' 능력을 지닌 소녀 아브라 스톤(카일리 커란)이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만 놓고 본다면 딱 내 취향의 영화인 셈이다.

하지만 나는 [닥터 슬립]을 결국 극장에서 보지 못했다. 주인공인 대니는 [샤이닝]에서 오버록 호텔에 갇혀 점점 미치광이가 되어가는 아버지 잭(잭 니콜슨)에게 죽을 고비를 넘긴 꼬마 아이였고, 대니와 아브라는 '트루 낫'의 리더인 로즈(레베카 퍼거슨)를 물리치기 위해 로즈를 오버룩 호텔로 유인한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그렇게 잠시 나온 오버룩 호텔 장면에 기겁을 했던 내가 과연 [닥터 슬립]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난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다. 이미 [미드소마]와 [더 보이]를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보지 않았던가. 이번만큼은 [닥터 슬립]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이닝]을 볼 자신은 없지만...) 그렇게 [닥터 슬립]에 대한 나의 도전은 시작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2시간 32분이라는 어마어마한 러닝타임 동안 2시간까지는 재미있게 볼만했다. 어린 대니가 오버룩 호텔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초반 장면은 조금 무서웠지만 난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지 않은가. 참을만했다. 대니와 아브라가 힘을 합쳐 '트루 낫' 조직과 맞서 싸우는 장면에서는 속 시원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로즈이다. 로즈는 동료의 복수를 다짐하고, 대니는 로즈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샤이닝' 능력자를 잡아먹는 저주 받은 공간 오버룩 호텔을 깨워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 올 것이 온 거다.

오버룩 호텔 장면은 영화가 시작한지 2시간이 지나고 나서부터 펼쳐진다. 딱 30분만 버티면 되는 거다. 그런데 이 30분이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나는 최대한 화면을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영화를 봤다. 젠장, 예전의 내가 아니긴... 오버룩 호텔 장면을 보고 나니 아직 겁이 많이 공포 영화는 못 보는 예전의 내가 맞더라. 오버룩 호텔이 로즈를 집어삼키고, 대니마저 집어삼키는 장면에서는 안타까움마저 들었다. 어서 도망가란 말이야. 내 개인적으로 [미드소마], [더 보이]와 비교해서 [닥터 슬립]이 가장 재미있었고, 후반 30분만 놓고 본다면 [닥터 슬립]이 가장 무서웠다. 나는 아무래도 영원히 [샤이닝]은 볼 수 없을 것 같다.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주소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