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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저지 ] - '로다주 포에버 7탄'... 관용과 엄격함의 범위 스크랩
2020.03.16 11: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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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데이빗 돕킨

주연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로버트 듀발

로다주의 진지한 연기를 볼 수 있다고?

전 주에 봤던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스캐너 다클리]는 분명 만족스러운 영화였지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분량만 놓고 본다면 아쉬움이 남았던 영화이기도 하다. 애초에 [스캐너 다클리]를 본 이유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숨은 명작을 보려는 의도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캐너 다클리]를 보기 위해 잠시 미뤄두었던 [더 저지]에 대한 기대는 컸다.

[더 저지]는 지역 판사인 아버지 조셉(로버트 듀발)과 사이가 좋지 않은 변호사 행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어머니의 장례식 때문에 고향에 갔다가 아버지가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자 아버지의 변호를 맡으며 그동안 숨겨왔단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일단 웃음기 쫙 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를 볼 수 있으며, 2시간 2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거의 매 장면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어쩌면 '로다주 포에버' 프로젝트에 가장 최적화된 영화일지도...

너무나도 엄격했던 아버지.

[더 저지]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조셉과 행크의 부자 관계이다. 지역 사회에서 수십 년간 존경받는 판사인 조셉. 하지만 그는 행크에게만큼은 너무나도 엄격했던 아버지였다. 물론 행크에게도 문제는 있었다. 3형제 중 유난히 반항적이었던 그는 음주운전 사고로 유망한 야구선수였던 형 글렌(빈센트 도노프리오)의 인생을 망쳐놓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행크는 '그땐 나도 너무 어렸다'라고 항변한다.

요즘은 이상적인 아버지 상이 많이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과묵하고 엄격해야 존경받는 아버지가 될 수 있었던 있었다. 내가 어렸을 적에도 자상함은 어머니의 몫이었고, 엄격함은 아버지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신 것은 아니다. 그저 엄격함으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신 것뿐이다. 조셉도 마찬가지이다. 행크는 아버지에게 쌓여 있던 불만들을 폭발시키지만 조셉에게도 행크에게 엄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있었다. 그건 조셉 나름대로의 행크에 대한 사랑이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닌 관용의 범위이다.

어머니의 장례식이 끝나고 또다시 조셉과 말다툼을 벌인 행크는 서둘러 떠나려고 한다. 그런데 바로 그때 조셉이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지독한 원리원칙주의자인 아버지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도 안 돼. 당연히 행크는 조셉의 살인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증거는 조셉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한다. 행크는 조셉의 변호인이 되며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법정 영화의 경우 가장 중요한 관건은 사건의 진실이다. 하지만 [더 저지]에서는 진실이 중요하지 않다. 사실 조셉이 살인을 저지른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조셉은 사건 당시의 기억이 전혀 없다. 급기야 그는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자신이 살인을 저지른 것 같다는 자백을 하기도 한다. 결국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용이다. 조셉이 어린 범죄자였던 마크에게 베풀었던 관용, 그리고 그것이 부메랑에 되어 돌아온 처참한 결과로 인하여 조셉은 행크에 대한 관용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행크는 살인을 저지른 조셉에 대한 법의 관용을 원한다. 과연 법은 조셉에게 관용을 베풀 수 있을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

증인석에 선 조셉에게 행크가 모든 진실을 스스로 고백하게끔 만드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다. 조셉이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자신이 고의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감추고 싶었던 진실이 모든 사람들 앞에 까발려지는 순간. 영화에서 품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상당했다. 그렇게 조셉은 무너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홀가분해 보이기도 했다. 행크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달했으니...

나는 [더 저지]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왕 팬인 아들과 함께 봤다. ('로다주 포에버' 프로젝트 자체가 아들을 위한 것이다.) 영화를 보며 나와 아들과의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물론 나는 결코 엄격한 아버지는 아니다. 나의 아버지가 엄격했기에 나만큼은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고, 나름대로 잘 해내고 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아무리 친구 같은 아버지라도 언젠가 아들이 저지른 잘못과 맞닥뜨리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 나는 얼마만큼의 관용과 얼마만큼의 엄격함으로 아들을 대해야 할까? 그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조셉과 행크의 마지막 모습에 찡한 감동이 느껴졌다. 참 좋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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