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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밖은 위험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SF 영화로 주말의 지루함을 탈출... [타우], [나의 마더], [브라이트] 스크랩
2020.03.23 1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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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데 밖으로 나들이를 갈 수가 없다. 날씨마저 화창해서 더욱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2주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굳이 정부의 지침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아들의 봄 방학은 계속 연기되고 있다. 겨울 방학보다 긴 봄 방학이라니... 코로나19가 진정되어 아들이 4월 6일에 안전하게 개학을 맞이할 수 있도록 나와 아내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적으로 동참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집 밖으로 못 나가는 요즘, 우리 가족에게 가장 유용한 것은 역시 넷플릭스이다. 만약 넷플릭스가 없었다면 어떻게 주말의 지루함을 버텼을지 막막했을 정도이다. 이번 주말에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SF 영화로 지루함을 달랬다. 금요일 저녁에 아내와 함께 본 [타우], 토요일 오후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서 본 [나의 마더], 그리고 일요일 오전에 나 혼자 본 [브라이트]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SF 영화와 넷플릭스 미드를 보고 나니 주말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내용에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음)


타우

감독 : 페데리코 다레산드로

주연 : 마이카 먼로, 에드 스크레인

더빙 : 게리 올드만

금요일 저녁, 아내가 [나의 마더]를 보자고 한다. 하지만 [나의 마더]는 넷플릭스에서는 드문 15세 관람가 영화이다. 15세 관람가 영화라면 토요일에 아들과 함께 봐야 한다며 [나의 마더] 관람을 잠시 미루었다. 그 대신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SF 영화를 선택했는데 그것이 바로 [타우]이다.

[타우]는 빈민가에서 좀도둑으로 근근이 생활하는 줄리아(마이카 먼로)가 완벽한 인공지능을 개발하려는 젊은 천재 과학자 알렉스(에드 스크레인)에게 납치되어 위험한 실험에 동원된다는 내용이다. 줄리아는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하지만 거대한 감옥과도 같은 알렉스의 저택을 지키고 있는 초기 인공지능인 '타우'(게리 올드만)로 인하여 번번이 실패한다. 결국 줄리아는 탈출을 위해서는 '타우'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타우'와의 대화를 시도한다.

일단 [타우]는 알렉스의 저택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줄리아, 알렉스 그리고 '타우'라는 한정된 인원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타우'가 조종하는 무시무시한 로봇의 등장으로 영화의 장르가 SF 임을 드러내긴 하지만 영화의 주내용은 줄리아와 '타우'의 대화로 인한 '타우'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럼으로써 과연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알렉스는 인류의 과학 문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천재 과학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능력에 도취되어 인간성을 상실했다. 자신의 연구를 위해서라면 빈민가에서 의미 없이 살고 있는 사람 따위는 죽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들이 의미 있는 죽음을 맞이했다며 자신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생각하는 미치광이다.

그와는 달리 인공지능인 '타우'는 굉장히 인간적이다. 알렉스로 인하여 제한된 지식만이 허용된 '타우'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줄리아가 읽어주는 책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줄리아는 '타우'를 이용해서 저택을 탈출하려는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고, 마지막엔 거의 성공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알렉스에 의해 기억이 삭제되는 '타우'의 비명소리를 외면하지 못하고 다시 알렉스에게 돌아온다.

과연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도덕성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알렉스에게는 도덕성에 대한 고민이 없다. 그와는 달리 '타우'와 줄리아는 도덕적인 선택에 의해 서로를 위해 희생한다.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이 아닌 타인을 생각하는 이타심. 이것이야말로 인간다움이 아닐까?

만약 나 자신만을 생각한다면 '그깟 코로나19가 뭐가 무서워?'라며 정부의 지침을 무시하고 밖으로 나갔을 것이다. 나는 건강하고 코로나19에 걸려봤자 금방 나을 자신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정부의 지침을 따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이유는 바로 인간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타우]를 보고 나니 나위 인간다움이 자랑스러웠다.

P.S. 1. 솔직히 이 영화가 왜 청소년 관람불가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넷플릭스의 관람 등급은 극장보다 훨씬 엄격한가 보다.

P.S. 2. 전형적인 이과 인재인 아들은 '타우'라는 제목을 듣자마자 내게 반지름이 어쩌고 저쩌고, 원주율이 어쩌고저쩌고 하며 '타우'가 수학 용어라고 설명한다. 전형적인 문과인 나는 '타우'가 금기를 뜻하는 '타부'에서 왔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마더

감독 : 그랜트 스푸레토

주연 : 클라라 루고르, 힐러리 스웽크

더빙 : 로즈 번

넷플릭스에서는 드문 15세 관람가 등급의 SF 영화이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타우]와 비슷한 부분이 꽤 많았다. 일단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인원이 나온다는 점이 그렇다. [나의 마더]는 지구에서 인류가 멸종되자 인류 복원을 위해 설계된 인공지능 로봇 '마더'(로즈 번)가 한 여자아이를 인공 수정한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딸(클라라 루고르)은 '마더'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이 살 수 없다는 외부에서 낯선 여자(힐러리 스웽크)가 시설 안으로 들어오며 딸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이 사실은 거짓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관객에게 심리 게임을 제시한다. 과연 순진무구한 딸은 '마더'를 믿어야 할까? 아니면 여자를 믿어야 할까? '마더'는 십수 년간 딸을 정성껏 보살폈다. '마더'가 그녀를 위험에 빠뜨릴 리가 없다. 하지만 여자는 시설 밖에 '마더'와 똑같이 생긴 로봇이 인간 사냥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처음에 딸은 여자가 뭔가 오해를 하고 있다고, 밖에 있는 로봇은 시설에 있는 '마더'와 다른 존재라고 믿는다.

하지만 점차 '마더'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난다. 자신은 첫 번째 딸이 아니었던 것이다. 시설 밖에는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라는 '마더'의 말이 거짓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딸은 '마더'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결정적으로 자신이 첫 번째 딸이 아니었고, 이전의 딸들은(두 명으로 추산) 실험 실패로 인하여 '마더'에 의해 소각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딸은 여자와 함께 시설 밖으로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문제는 하필 그 순간 '마더'가 딸의 동생을 인공 수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딸은 동생을 '마더'에게 남겨두고 갈 수가 없다. 하지만 여자를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나중에 자신의 동료들과 다시 와서 동생을 구하면 된다고 설득한다. 그러나 그것 또한 거짓말이다. 여자는 시설에서 탈출하기 위해 딸을 이용했다. 여자에겐 동료가 없었고 동생을 구하기 위해 다시 시설로 갈 생각도 없었다.

[타우]와 마찬가지로 [나의 마더]의 주제도 결국은 인간다움이다. '마더'는 본래 인류가 멸망할 경우 인류 복원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 지능이지만 인류의 잔혹함과 자기 파괴적인 면모를 본 후 스스로 인류를 멸망하게 만든 후 도덕적인 새로운 인류를 세우려 한다. 이를 위해 '마더'는 딸에게 계속해서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테스트를 하는데 이전의 딸들은 윤리 테스트에서 탈락해 소각되었던 것이다.

여자의 등장은 최종 테스트였던 셈인데, '마더'의 실체를 알게 된 딸이 동생을 버리고 여자와 함께 하기로 한다면 테스트 탈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딸은 동생을 위해 시설로 돌아온다.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이 아닌 시설에 남겨진 다른 인류를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녀야말로 '마더'가 원한 가장 인간다운 사람이었던 셈이다.

'마더'는 '타우'와는 달리 인간적인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마더'는 최적의 인류를 찾기 위해 아무런 감정도 없이 잔인한 짓을 한다. 기존의 인류를 멸망시켰고,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딸들을 소각시켰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딸은 역설적이게도 '마더'가 원했던 가장 인간다운 사람이다. 이제 딸은 '마더'에 이어 인류의 새로운 어머니가 될 것이며 그렇게 해서 새롭게 탄생한 신 인류는 지구를 지배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신 인류는 기존의 인류와는 다를까? 어쩌면 '마더'는 스스로 신이 되어 지구를 에덴동산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닐까?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듯이 '마더'의 기준에 못 미치는 인간은 가차 없이 소각장으로 보내지는... '마더'가 꿈꾸는 것이 과연 천국일까? 아니면 지옥일까? 어쩌면 인간다움이란 이타적이고 윤리적이면서도 결코 완벽하지 않은 모습일지도 모른다. [나의 미더]의 주제는 [타우]의 질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그래서 어쩌면 더 섬뜩했는지도 모르겠다.

P.S. 딸의 테스트 중에서 한 명을 희생해서 다섯 명을 살리는 것이 나은 선택인지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 누군가는 한 명을 희생해서 다섯 명을 살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다섯 명의 목숨이 한 명의 목숨보다 귀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희생되는 소수가 되지 않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벌일지 모를 일이다. 법과 도덕에 어긋나지 않는 한 소수의 권리도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브라이트

감독 : 데이비드 에이어

주연 : 윌 스미스, 조엘 에저튼, 누미 라파스

소재로만 따진다면 [브라이트]는 굉장히 독특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인간과 오크, 엘프와 요정이 반목하며 공존하는 현대의 LA를 무대로 하고 있다. 2천 년 전 벌어진 어둠의 제왕과의 전쟁에서 어둠의 제왕의 편에 섰던 전력 때문에 오크는 천대받는 하층민이고, 마법으로 어둠의 제왕을 물리친 엘프는 부유층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둠의 제왕을 되살릴 수 있는 마법봉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마법봉을 차지하기 위한 오크 갱단과 인간 경찰 그리고 엘프의 비밀 조직이 충돌한다.

내용만 간단하게 보면 완전히 판타지 영화이다. 쉽게 생각해서 [반지의 제왕] 이후 2천 년이 흐른 LA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막상 영화는 전형적인 버디 액션 영화이다. 주인공인 워드(윌 스미스)와 자코비(조엘 에저튼)는 서로 개성이 다른 경찰 파트너이고, 워드와 자코비가 우연히 마법봉을 가진 엘프 소녀를 구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오크, 엘프, 마법봉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만 제거한다면 영락없이 [나쁜 녀석들]과 비슷한 버디 액션 영화일 뿐이다.

[브라이트]의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버디 액션 영화라는 이 영화의 정체성이 더욱 도드라진다. 데이비디 에이어 감독은 [분노의 질주], [트레이닝 데이], [S.W.A.T. 특수기동대] 등 액션 영화의 각본을 쓰며 경력을 쌓았고, 이후 [스트리트 킹], [사보타지], [푸리] 등의 영화에서 사실적인 액션으로 이름을 알렸다. 최근작인 DCEU [수어사이트 스퀴드]에서 혹평을 받긴 했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브라이트]에서 판타지에 자신의 주특기인 액션을 접목시키는 신선한 도전을 성공시켰다.

[브라이트]가 신선한 또 다른 이유는 영화 속에 인종 차별에 대한 은유를 숨겨놓았다는 점이다. LA 경찰청은 다양성 경찰이라는 명목으로 오크를 경찰로 선발하는데 그렇게 해서 오크 최초로 경찰이 된 이가 바로 자코비이다. 자코비는 경찰이 되었다는 이유로 오크들에게는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경찰은 자코비가 오크라는 이유로 쓰레기 취급을 한다. 워드 역시 자코비와 파트너가 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코비가 단지 오크라는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쳐다보지는 않는다. 아마도 흑인 최초의 LA 경찰이 자코비와 비슷한 일을 당했을 것이다.

결국 [브라이트]는 자코비가 자신을 향한 선입견을 이겨내고 워드와 함께 마법봉을 지켜내며 영웅이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자코비는 오크의 예언 속 영웅이 되고 워드에게도 진정한 경찰이자 파트너로 인정받는다. [브라이트]는 현재 2편의 제작이 확정되었는데 2편에서는 또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된다.

P.S. [브라이트]에서 유일한 아쉬움은 인간, 오크, 엘프가 얽혀있는 복잡한 세계관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오프닝의 그라피티로 대충 넘어갔다는 점이다. 나처럼 이해력이 딸리는 관객은 마법봉을 둘러싼 각 인종 간의 갈등을 완벽하게 이해하는데 애를 먹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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